소금쟁이 정연희 비 온 후 둥둥 떠 있는 물에 젖지 않은 글자들 까막눈 노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웅덩이가 키우는 유유한 글자들이다 간혹 두 손으로 재빠르게 뜨면 어쩌다 잡히는 귀한 훈계들 정교한 다리의 각도는 지게의 짐을 버티던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다 저 생존의 각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버텨오던 모습 불거진 힘줄의 시간과 무거운 어깨의 힘이 새겨져 있다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을 누르고 낭랑하게 뛰는 저 찰나의 힘 자식을 떠받치는 다리의 기적 부성의 각도 ―시집『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들』(시인수첩, 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