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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정연희

소금쟁이 정연희 비 온 후 둥둥 떠 있는 물에 젖지 않은 글자들 까막눈 노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웅덩이가 키우는 유유한 글자들이다 간혹 두 손으로 재빠르게 뜨면 어쩌다 잡히는 귀한 훈계들 정교한 다리의 각도는 지게의 짐을 버티던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다 저 생존의 각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버텨오던 모습 불거진 힘줄의 시간과 무거운 어깨의 힘이 새겨져 있다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을 누르고 낭랑하게 뛰는 저 찰나의 힘 자식을 떠받치는 다리의 기적 부성의 각도 ―시집『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들』(시인수첩, 2923)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숙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숙 한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했더니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살아보란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노쳐녀로만 지내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얼마 전 남편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사실도 어느 한때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게바라도 김지하도 기울어져 세상을 보다가 혁명을 하고 시대의 영웅이 되었고 빌게이츠도 어릴 때부터 기울어진 사고로 컴퓨터 신화를 일궈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다 보들레르도 꽃을 삐딱하게 바라봐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 되었고 피사탑도 10도 기울어져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노인들의 등뼈도 조금씩 기울어지며 지갑을 열 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고 ..

[박정호 논설위원이 간다] 순간을 찍고 감흥을 읊고..시인이 따로 있나

[박정호 논설위원이 간다] 순간을 찍고 감흥을 읊고..시인이 따로 있나 박정호입력 2020. 5. 6. 00:49수정 2020. 5. 6. 06:47 사진과 만난 5행 안팎의 짧은 시 새로운 형식의 문학 장르로 부상 잡지·동호회·지역공모전 잇따라 "아직 사진설명 수준 많아" 일침도 ━ 스마트폰 시대의 문학 ‘디카시’ 신록의 5월이 익어간다. 코로나19 대재앙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올봄도 여름에 자리를 물려줄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네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바이러스의 공습으로 수많은 이웃이 아파했지만 산야를 수놓은 꽃들 덕분에 그나마 적잖은 위안을 받았다. 여기 울긋불긋 사진 한 장이 있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려는 붉고 노란 꽃들의 합창에 초록빛 잎새가 반주를 넣는 듯하다. 사진 가득 에너지가 넘친다..

돌아오는 길에서 /이사람

돌아오는 길에서 이사람 너에게로 가는 길은 풀벌레 소리도 다정한 잔소리로 들렸지 빈 무밭에 버려진 무청은 잃어버린 이름표처럼 쓸쓸했네 눈을 감고 걸으면 밤 뻐꾸기 소리에서 살냄새가 났지 서로 쥐지 못하고 스치기만 했던, 손등과 손등의 기억이 시퍼런 달빛에 들켜 숨이 막힐 지경이었네 건너편 제재소 불빛에 두 입술은 들숨과 날숨의 속내를 자주 들키고 했었지 혼자 돌아오는 밤길은 끊어진 폐 노선처럼 불편한 위안임을 진작부터 예감했었지만 가지러 온 것이 아니라고, 다시 두고 가려 했다고 말하고 싶었지 저녁 그림자가 짙게 누울수록 혹시나 하는 마음은 긴 가뭄 뒤의 당도처럼 짙어져만 갔네 ㅡ웹진《시산맥》(2023년 겨울)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제01편 이원수 - 고향의 봄 제02편 박성룡 - 풀잎 2 제03편 박홍배 - 나뭇잎 배 제04편 김용택 - 콩, 너는 죽었다 제03편 권태응 - 감자꽃 제06편 최순애 - 오빠 생각 제07편 정두리 - 엄마가 아플 때 제08편 이효선 - 과꽃 제09편 한인현 - 섬집 아기 제10편 김기림 - 봄 제11편 권영상 - 담요 한 장 속에 제12편 윤석중 - 퐁당퐁당 제13편 정지용- 해바라기 씨 제14편 문삼석 - 그냥 제15편 임석재 - 비 오는 날 제16편 피천득 - 꽃씨와 도둑 제17편 이문구 - 산 너머 저쪽 제18편 오규원 - 나무 속의 자동차 제19편 한하운 - 개구리 제20편 윤동주 - 소년 제21편 신현득 - 문구멍 제22편 윤극..

詩를 찍다’ 디카시 열풍…대구신문 공모전 폭발적 참여

詩를 찍다’ 디카시 열풍…대구신문 공모전 폭발적 참여 배수경 승인 2023.12.25 21:45 기사공유하기 프린트 메일보내기 글씨키우기 국내외서 2천여편 작품 응모 당선작 본지 1월 2일자 발표 심사위원들이 21일 대구신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심사를 하고 있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에 총 691명, 2천73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올해로 1회를 맞는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이 지난 8일 공모를 마감했다. 연령별로는 10대부터 80대까지 비교적 고른 연령층이 응모를 했다. 특히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 부산, 경기, 강원, 충청, 경남..

푸른 잎 하나 /신달자

푸른 잎 하나 신달자 완전히 벗은 몸으로 다만 푸른 잎 하나 들고 수술대 위에 누웠습니다 다 버렸지만 푸른 잎 하나는 손에 꽉 쥐고 있었습니다 전신 마취에 나는 사라지고 내 몸에서 삼겹살 일 인분쯤 칼에 잘려 나갔습니다 내가 가장 아끼던 부위의 살이었습니다 반으로 절개된 살점은 얼마나 그리움에 진저리를 칠 것인가요 따뜻한 입술이 그리운 곳에 피로 범벅된 낭자한 칼들과 바늘이 놀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푸른 잎 하나를 그대로 들고 수술대 위에서 회복실로 다시 입원실 침대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몸에서 푸른 잎하나가 이미 자녀들처럼 온몸을 덮어 나는 아무것도 잃은 것 없이 절개된 인생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ㅡ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민음사, 2023)

이사 정보 /김경미

이사 정보 김경미 집을 내놓자 사람들이 보러 왔다 부동산 사장은 좋은 말만 하려 하고 나는 낡은 내 집의 단점을 귀띔하려고 계속 틈을 살폈다 부동산 사장은 돌아가서 전화를 했다 사람들이 집 볼 때 첫눈에 제일 많이 좌우되는 곳이 두 곳이에요 그 두 군데만 수리하면 완전히 새집 같아져요 나는 벽지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이십육 년 전문가에 의하면 화장실하고 주방, 두 곳입니다 주방은 이미 고치셨으니 화장실만 완전히 새로 수리하세요 화장실을 고쳐준다는 조건으로 집을 다시 내놨다 내가 고쳐주고 싶은 건 실은 창문들인데 나라면 거길 고쳐 달라고 할 텐데 돈이 많으면 창문부터 고칠 텐데 더 많으면 창문 밖 아파트 화단 풍경도 고칠 텐데 맞은편 아파트 밤의 거실 조명도 전부 다 바꿔줄 텐데 나도 빈집을 보러 갔다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