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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다, 아버지의 강 /조영심

차다, 아버지의 강 조영심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 얼음보다 시린 물 등뼈가 휘청이는 등짐 위에 어린 아들까지 얹어 후비듯 뼛속까지 파고드는 얼음 조각에 순간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한 생애가 휩쓸릴 터 짐짝 위에 얹은 한 우주가 위태롭다 나무 지팡이 하나로 강을 건너는 생의 균형 한 발짝 한 발짝에 설산의 무게가 걸린다 인도의 잔스카르강 너머 등굣길 자식을 등에 메고 아비가 오늘 이 강을 건네주지 않으면 자식은 또 그 자식을 업고 지옥의 골짜기 같은 강을 건너 너는 아비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할 것이나 아이는 학교보다 아비의 땀에 절은 등에서 배울 것이다 그리고 볼 것이다 히말라야보다 높은 산을 아들은 아비처럼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 등짐 고쳐 메고 아들을 추켜 업는다 철벅철벅 얼음 강 너머 학교 가는 길 차..

HOME 오피니언 도민 칼럼도민칼럼-디마 카페 사화집 ‘카이로스’ 출간에 부쳐

HOME 오피니언 도민 칼럼 도민칼럼-디마 카페 사화집 ‘카이로스’ 출간에 부쳐 경남도민신문 승인 2023.10.23 15:47 이상옥/창신대학교 명예교수·문덕수문학관 관장 이상옥/창신대학교 명예교수·문덕수문학관 관장-디마 카페 사화집 ‘카이로스’ 출간에 부쳐 지난 토요일 대전에서 디카시마니아 카페 사화집 ‘카이로스’ 출판 기념식이 열렸다. 디카시 마니아 카페는 2004년 9월 내가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 가도’를 9월 15일 출간하고 2일 후인 9월 17일 개설한 온라인 디카시 전문 커뮤니티이다. 지금은 디카시가 본격문학이면서도 생활문학으로 디지털 시대 프로슈머들의 새로운 시로 사랑을 받으며 온라인 디카시 커뮤니티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지만 당시 카페 디카시마니아는 독보적인 커뮤니티로 디카시 문예운동의 ..

*영어말 숭배 열풍이 번지는 이유*

*영어말 숭배 열풍이 번지는 이유* 그동안 우리 말글 살이는 지배 계층이나 식자들에 의해 한자말 사용을 종용 받아 왔다. 그렇다보니 순수한 우리 한말 대부분은 한자말에 자리를 빼앗겨 고스란히사장 되었고 그나마 몇몇 남아있는 말들 마저도 뜻과 의미를 잘 몰라 새 말을 짓거나 부려쓰기가 아주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요즘 대중 속에서 영어말 숭배 열풍 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거리에 나서보면 눈에 띄는 간판 마다, 무슨무슨 '마트' 무슨무슨'클리닉' 무슨무슨 '클럽' '헬스' '헤어' '맛사지' '숍'등등 죄다 영어말,글 투성이다. 제 아무리 한글의 우수성을 외치고 우리말을 사랑 하자고 부르짖어도 소용 없다. 그들은 마치 휴거를 기다리는 광신도들 처럼 맹신 적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말은 그저 촌..

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김대호

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김대호 슬픔은 수학이었다 수시로 슬픔의 문제를 풀었다 슬픔의 공식이 있었으나 슬픔을 풀 때는 공식에 대입했다 내 슬픔과 당신의 슬픔을 잇는 가장 가까운 선을 구하는 문제는 아직도 푸는 중 당신의 인생을 더하고 내 인생을 빼고 당신과 나의 감정을 미적분하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오래된 내 병은 어떤 공식을 대입해도 풀리지 않았다 지독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넬슨 만델라는 모든 사람에겐 선이 있다고 믿었다 나 역시 성선설을 믿고 있지만 몸은 항상 뻣뻣하다 착하게 살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슬픔의 방정식은 풀린다 내 불행이 슬픔의 근육을 단련한다 허술한 희망보다 단단한 슬픔은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가 슬픔의 답안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지우지 못한 살림살이같이 숫자와 공식과 괄호만 남아있다 ―..

[손현숙]팬티와 빤쓰 -[손택수]단풍나무 빤스-[김경주]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손현숙]팬티와 빤쓰 -[손택수]단풍나무 빤스-[김경주]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팬티와 빤쓰 손현숙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하지만,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집구석용 푸르댕댕 빤쓰는 벗어버리고 레이스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앙증맞고 맛있는 꽃무늬팬티 두 다리에 살살 끼우면 약간 마음이 간지럽고 살이 나풀댄다 나는 다시 우아하고 예쁜 레이스공주 밖에서 느닷없이 교통사고라도 당한다면 세상에, 땡땡이 빤쓰인 채로 공개되면 어쩌나 비싼 쎄콤장치로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듯 유명 라펠라 팬티로 단단한 무장을 한다 오늘 바람이라도 살랑, 불라치면 혹시라도 치마가 팔랑, 뒤집힌다면 나 죽어도 꽃무늬 레이스로 들키고 싶다 -계..

애인을 찾습니다 / 우은숙

애인을 찾습니다 / 우은숙 사랑은 바쁘다 유월은 더욱 짧다 제 짝을 찾기 위한 다급한 목소리들 부풀린 울음주머니 간절함이 가득하다 구왁구왁 울어대는 맹꽁이의 전언은 귀를 지나 뼛속을 지나 심장까지 닿는다 절박한 사랑노래에 난 귀를 잃는다 온몸으로, 온힘으로 애인을 찾는 외침 위험한 절규가 세레나데가 되는 순간 그냥 확, 습지에 몸 던져 그의 짝이 되고 싶다 - 우은숙 시집 2020

LG헬로비전 ―태군 노래자랑에서

소리를 태 국악방송(수요일 저녁 7시) LG헬로비전 ―태군 노래자랑 만으로 4살 아직 다섯 살이 안 된 어린아이의 노래도 노래지만 말도 잘 하고 노래방 기기의 자막을 보고 한글도 술술 읽는 모습 구배웁시소리를 배웁시다 ㅡ창 부타령 /강효주 국악방송에서다 ㅡ창부타령 /강효주 국악방송에서

꽃이 슬픔이 되는 순간 /천현숙

꽃이 슬픔이 되는 순간 천현숙 꽃이 춘궁기를 부른다 팝콘 닮은 달콤한 벚꽃 아이스크림이 핀 목련 나무 보이는 모든 것이 밥인 사람들이 봄을 앓는다 폐기되는 음식은 수만 톤인데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수만 명 나물밥인가 쑥버무리인가 봄눈인가 이팝나무를 오르는 사람들 손끝에 새순이 돋는 듯 봄꽃이 허기를 부른다 ―시집『나무들도 배고파 꽃을 피운다』(천녀의시작, 2023) 꽃이 춘궁기를 부른다 팝콘 닮은 달콤한 벚꽃 아이스크림이 핀 목련 나무 보이는 모든 것이 밥인 사람들이 봄을 앓는다 폐기되는 음식은 수만 톤인데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수만 명 나물밥인가 쑥버무리인가 봄눈인가 이팝나무를 오르는 사람들 손끝에 새순이 돋는 듯 봄꽃이 허기를 부른다 ―시집『나무들도 배고파 꽃을 피운다』(천녀의시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