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서
이사람
너에게로 가는 길은
풀벌레 소리도 다정한 잔소리로 들렸지
빈 무밭에 버려진 무청은
잃어버린 이름표처럼 쓸쓸했네
눈을 감고 걸으면
밤 뻐꾸기 소리에서 살냄새가 났지
서로 쥐지 못하고 스치기만 했던,
손등과 손등의 기억이
시퍼런 달빛에 들켜 숨이 막힐 지경이었네
건너편 제재소 불빛에
두 입술은
들숨과 날숨의 속내를 자주 들키고 했었지
혼자 돌아오는 밤길은
끊어진 폐 노선처럼 불편한 위안임을
진작부터 예감했었지만
가지러 온 것이 아니라고,
다시 두고 가려 했다고 말하고 싶었지
저녁 그림자가 짙게 누울수록
혹시나 하는 마음은
긴 가뭄 뒤의 당도처럼 짙어져만 갔네
ㅡ웹진《시산맥》(2023년 겨울)
'남의 글 -좋은 시 문학상 건강 여행 뉴스 신문 기사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숙 (0) | 2024.01.12 |
---|---|
[박정호 논설위원이 간다] 순간을 찍고 감흥을 읊고..시인이 따로 있나 (1) | 2024.01.12 |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1) | 2024.01.03 |
詩를 찍다’ 디카시 열풍…대구신문 공모전 폭발적 참여 (0) | 2024.01.02 |
수원화성 /김일연 (0) | 202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