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딥틱 사진. 포토시 32

속으로 피운 꽃 /한진현

속으로 피운 꽃 /한진현 옹이는 바깥으로만 떠도는 목수 마누라가 죽어서 갚는 소심한 앙갚음이라더니 처지거나 부러지기 쉬운 가지들과 우듬지 까치집까지 지키려고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속으로 피운 꽃이더라 ㅡ시집『비가 오니 용서하기로 했다』(도서출판 두엄, 2023) 속으로 피운 꽃 /한진현 옹이는 바깥으로만 떠도는 목수 마누라가 죽어서 갚는 소심한 앙갚음이라더니 처지거나 부러지기 쉬운 가지들과 우듬지 까치집까지 지키려고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속으로 피운 꽃이더라 ㅡ시집『비가 오니 용서하기로 했다』(도서출판 두엄, 2023)

통도사의 봄날 /김양미

통도사의 봄날 김양미 자장율사의 설법을 해마다 전하려는 홍매화 봄을 여는 꿈길 거닐며 살얼음 온몸으로 녹이네 독경 소리 들리는 이른 아침 설레는 봄비 맞으며 슬며시 붉은 빛으로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 고개 숙이네 새벽 하늘 달이 질 무렵 겨울에서 벗어난 홍매 두 송이 종일 웃던 눈물샘에서 떨어지는 꽃물 삼키고 봄날로 가는 지금 통도사는 부처님보다 홍매화가 먼저네 ―계간『詩하늘 109』(2023년 봄호)

조팝꽃 환한 내막 /이태호

조팝꽃 환한 내막 /이태호 아궁이의 불빛은 어머니처럼 따뜻했다 누렁이는 눈치 살피며 주위를 겉돌았고 솔가지 타는 연기는 허기로 피어올랐다 손맛 담아 버무린 다정한 저녁 한 끼 바닥난 빈 그릇에 눈빛들 고물거리면 어머닌 구들장처럼 무너져 내려앉았다 그때는 정말 몰랐어 철들고서 알았어 밤이면 무덤가에 쑥국새는 왜 우는지 조팝꽃 환한 내막을 이운 뒤에 알았어 ㅡ시조집「달빛 씨알을 품다」(청어,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