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하나
신달자
완전히 벗은 몸으로
다만 푸른 잎 하나 들고
수술대 위에 누웠습니다
다 버렸지만
푸른 잎 하나는 손에 꽉 쥐고 있었습니다
전신 마취에 나는 사라지고
내 몸에서 삼겹살 일 인분쯤 칼에 잘려
나갔습니다
내가 가장 아끼던 부위의 살이었습니다
반으로 절개된 살점은
얼마나 그리움에 진저리를 칠 것인가요
따뜻한 입술이 그리운 곳에
피로 범벅된 낭자한 칼들과 바늘이 놀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푸른 잎 하나를 그대로 들고
수술대 위에서 회복실로
다시 입원실 침대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몸에서 푸른 잎하나가
이미 자녀들처럼 온몸을 덮어
나는 아무것도 잃은 것 없이
절개된 인생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ㅡ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민음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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