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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정연희

흰구름과 함께 2024. 1. 13. 09:43

소금쟁이

 

정연희

 

 

비 온 후 둥둥 떠 있는

물에 젖지 않은 글자들

까막눈 노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웅덩이가 키우는 유유한 글자들이다

 

간혹 두 손으로 재빠르게 뜨면

어쩌다 잡히는 귀한 훈계들

정교한 다리의 각도는

지게의 짐을 버티던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다

저 생존의 각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버텨오던 모습

불거진 힘줄의 시간과 무거운 어깨의 힘이 새겨져 있다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을 누르고 낭랑하게 뛰는

저 찰나의 힘

자식을 떠받치는 다리의 기적

부성의 각도

 

 

 

―시집『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들』(시인수첩, 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