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정연희
비 온 후 둥둥 떠 있는
물에 젖지 않은 글자들
까막눈 노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웅덩이가 키우는 유유한 글자들이다
간혹 두 손으로 재빠르게 뜨면
어쩌다 잡히는 귀한 훈계들
정교한 다리의 각도는
지게의 짐을 버티던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다
저 생존의 각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버텨오던 모습
불거진 힘줄의 시간과 무거운 어깨의 힘이 새겨져 있다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을 누르고 낭랑하게 뛰는
저 찰나의 힘
자식을 떠받치는 다리의 기적
부성의 각도
―시집『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들』(시인수첩, 2923)
'남의 글 -좋은 시 문학상 건강 여행 뉴스 신문 기사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여자 /정운희 (1) | 2024.01.13 |
---|---|
아들에 대한 시 모음 (2) | 2024.01.13 |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숙 (0) | 2024.01.12 |
[박정호 논설위원이 간다] 순간을 찍고 감흥을 읊고..시인이 따로 있나 (1) | 2024.01.12 |
돌아오는 길에서 /이사람 (1) | 2024.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