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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길목에서 8 ―입원 3

생활의 길목에서 8 ―입원 3 나는 그 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그냥 의무적으로 애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다른 날과 다른 것이 있다면 병원에 올 때 피자를 한 판 사오라는 아내의 전화가 있었기에 피자가 배달되자 바로 병원을 향해 출발하였다. 의아한 것은 피자가 아내의 입맛에 맞지 않고 잘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아마 가지고 간 피자 역시 지난번에 사간 치킨이나 다른 음식처럼 아내는 입만 대고 아이들과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아내는 피자 같은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도 잘 먹지 못했다. 밥도 반찬도 모두가 백색이었다. 임신중독증에 맞춰 나오는 병원 밥은 고춧가루는 넣지도 않고 음식은 하나같이 다 싱겁게 나와서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먹으면 토할 거 같다..

생활의 길목에서 7―입원 2

생활의 길목에서 7 ―입원 2 아내가 입원한 지 얼마 지났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매일 날짜를 세어 보는 것도 아니고 아마 한 달은 되었을 것 같다. 자는 애들을 깨우고 대충 옷을 입혀서 아내가 입원하여 있는 한일병원으로 향했다. 승용차로는 가다가 신호등 한두 번 받아도 집에서 채 십 분이 안 걸리는 거리이지만 8살 6살 먹은 애들을 데리고 걸어가기에는 좀 먼 거리였다. 일 마무리하고 어쩌다 보니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바깥은 영하의 찬바람이 세상의 사물을 움츠리게 하고 있었다. 아내가 입원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한 번씩 때로는 볼일이 있어 두 번씩 갈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날짜도 무감각해져 버렸고 그냥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애들이 추울까 봐 미리 틀어 놓은..

생활의 길목에서 6―입원 1

생활의 길목에서 6 ―입원 1 “아니 입원하라는데 집에는 왜 와, 그냥 바로 입원을 하면 되지...” 나는 앞 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사가 당장 입원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에 허둥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급해지면 나와는 반대로 침착해지는 성격이었다. “ 입원은 몸만 들어가면 되나. 세면도구도 챙기고 여벌의 옷도 필요하고 애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도 좀 해 봐야지.......” “병원에 입원하는데 세수는 무슨... 그리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텐데 옷이 뭐가 필요해”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도 운전하는 것이 무섭다며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아내. 하지만 그때는 나만 운전면허증이 있었고 아내는 면허증도 없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택시 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