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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아린 /강정이

맵고 아린 강정이 1 호두까기인형이 되어 태엽감은 듯 빙글빙글 도는 발레리나 새처럼 춤추기 위해 발가락은 맵고 아리다 그녀 발가락이 불퉁불퉁 마늘뿌리다 꽃목걸이 걸고 웃는 발레리나 껍질 벗긴 한 톨 마늘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얼굴 매운내 훅- 터지니 눈부시다 2 친구야 마늘은 장터국밥에나 용봉탕에나 헌 운동화나 동쪽 별자리에도 들어있다 울지마라 ―『반경환 명시』(종려나무, 2007) 인터넷에 보면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에서 보면 발로 공을 죽도록 차대는 박지성의 발보다 강수진의 발이 훨씬 더 못 생겨서 충격적이다. 열 발가락은 온통 옆으로 퍼지고 굳은살이 박혀서 울퉁불퉁한 것이 길바닥의 요철보다도 더 심하다.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기까지 발이 감내해야..

철새 /감태준

철새 감태준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 바람 밑에서 놀고 겨울이 오고 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한번……” 우리 사는 바닷가 둥지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고향을 바꿔 보자” 내가 아직 모르는 길 앞에서는 달려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때, 아버지는 바람에 묻혀 날로 조그맣게 멀어져 가고, 멀어져 가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는 온몸에 날개를 달고 날개 끝에 무거운 이별을 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환한 달빛 속 첫눈이 와서 하얗게 누워 있는 들판을 가로질러 내 마음의 한가운데 아직 누구도 날아가지 않은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는 어느새 먹물 속을 날고 있었다. “조심해라, 얘야” 앞에 가던 아버지가 먼저 발을 헛딛었다 발 헛딛은 자리, 서울이었다 ―시집「마음이 불어가는 쪽」(현대문학사, 198..

생활의 길목에서 10 ―입원 5

생활의 길목에서 10 ―입원 5 ―입원 5 그러면서도 불러오는 배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병원 생활의 지겨움이 더 아내를 지치게 하는지 무서워도 빨리 수술해서 병원을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고, 아내보다 훨씬 늦게 들어온 사람이 출산하고 퇴원을 한다며 짐을 챙기면 아내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언제나 퇴원 하나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작은 병에도 아픔을 잘 참지 못하고 엄살을 잘 부리는 나에 비해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아내는 첫 아이를 낳을 때도 얼마나 조용했는지 나는 아기 낳는 일이 그렇게 큰일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첫 아이를 낳을 때였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야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정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