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길목에서 6
―입원 1
“아니 입원하라는데 집에는 왜 와, 그냥 바로 입원을 하면 되지...”
나는 앞 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사가 당장 입원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에 허둥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급해지면 나와는 반대로 침착해지는 성격이었다.
“ 입원은 몸만 들어가면 되나. 세면도구도 챙기고 여벌의 옷도 필요하고 애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도 좀 해 봐야지.......”
“병원에 입원하는데 세수는 무슨... 그리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텐데 옷이 뭐가 필요해”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도 운전하는 것이 무섭다며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아내. 하지만 그때는 나만 운전면허증이 있었고 아내는 면허증도 없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택시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한 것 같고, 급한 마음에 차라리 아내를 병원에 있게 하고 내가 가기로 했다.
아내는 심성이 곱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야박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는지 택시를 타고 오면 집까지 들어오면 될 텐데 굳이 큰길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온다. 꼬불꼬불 골목길도 아니고 오르막길도 아닌데. 내가 잠깐 걸으면 되지 뭐하러 기사 아저씨를 번거롭게 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때는 애들을 데리고 외출했다가도 택시 안에서 애들이 잠을 자도 깨워서 걸어 들어오는 아내인지라 차라리 내가 가는 것이 빠르고 속이 편한 것 같았다.
나도 지방에서 서울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여기저기 떠돌 때는 마포에 있는 만리동 꼭대기나 동대문에 있는 창신동의 언덕배기, 또는 삼양동 오르막길을 택시로 이용할 때 내 고향 동네의 산길만큼이나 오르막길이어서 기사님 보기가 미안하였다. 그래서 목적지를 좀 더 올라가야 하는데도 기사의 눈치를 보느라 내려서 걸어 올라가 본 적이 있는지라 시골 사람 티를 못 벗는 아내의 심성을 탓할 수는 없었다.
몸도 안 좋은 아내가 행여 또 걸어서 오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 수건 비누 치약 칫솔 등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 그리고 입원에 필요한 의료보험증을 급하게 챙겨서 집을 나섰다.
아내의 병명은 임신 중독증이라고 했다. 이 병의 특징으로는 임산부의 전신이 부어오르고 혈압이 상승하며 담백뇨가 생기는데 이 단백뇨라는 것은 산모가 잘 먹어도 단백질이 소변으로 다 배출이 되어 태아에게 영양분이 가지를 않아 태아는 크지를 못하고, 그 과정에서 산모의 배에는 물(복수)이 찬다고 한다. 또 급격하게 혈압이 오르면 태아가 잘못될 수도 있으며 산모의 건강까지도 위험하다고 하였다.
이 병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고 다만 나이가 많아 임신을 해도 그렇게 될 수가 있고 산모가 너무 힘들게 일을 해도 올 수가 있으며 맵거나 짠 음식을 먹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성일 뿐이고 칼슘이 부족하거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아내가 임신 중독증에 걸렸는지 지난 몇 달 동안의 생활을 유추해 보면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것도 아니었다. 해물탕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도 아마 매운 음식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임신하면 약간의 부종은 산모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크게 신경 쓸 것은 못 되지만 그것이 임신중독증으로 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종은 신장 질환이 원인인데 자각증상은 없다고 하니 산모가 특별히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다 보니 병원 찾는 것도 미루게 된다. 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은 혈관이 수축이 되어 피가 정상적으로 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 만성적인 영양 부족이나 산소 부족이 되어 태아는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사산할 위험도 있고 또 심한 경우 엄마의 뇌에 부종이 생기거나 간에 혈종을 만들고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몸 전체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서 단백뇨도 생기며 부종도 일어나며 고혈압도 동반한다고 한다. 무서운 것은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면 급히 혈압강하제를 맞아야 하는데 병원에 입원을 안 하고 집에 있다가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내는 혈압 강화제도 여러 번 맞았고 태아가 자라지 않아서 알부민인가 고단위 영양제 주사도 수시로 맞았다. 그리고 아내의 병원 침대 머리맡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위급할 때를 대비하여 언제나 녹색의 산소통이 놓여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아내의 몸은 집에 있을 때 보다 더 부어 있는 것 같았다. 손등도 부어올라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한참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안 그래도 머리가 큰데 큰 얼굴이 더 크게 보이고 날씬한 체형은 아니었지만 부종 때문인지 몸 전체도 다 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마음은 안정이 되었으나 나의 일상은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이때부터 나의 병원 방문은 아기가 태어나고 집에 올 때까지 두 달 동안 매일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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