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연인 김백겸 아무 생각도 없이 만년 잠을 자고 있다고 믿은 바위의 틈 속으로도 무엇인가 뱀처럼 구멍을 파고든다 느티나무아래 평화롭게 언덕이 누워있고 시냇물이 흐르던 마을에서도 어떤 위험한 사건이 방화처럼 발생한다 무엇인가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에 샘물처럼 콸콸 터져 흐르더니 아직 날이 저물지 않은 황혼에 얼음처럼 얼어붙는다 과거에 화려한 신부였으며 미래에 무덤에 누울 반려자였으나 지금은 악처로 살면서 희로애락의 바가지를 긁는 당신 귀에 캄캄한 바람으로 들어와 앉은 당신 눈에서 밝은 벌레로 기어나가 온 세상의 풍경을 깨물어보는 당신 수천의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시간의 육체를 모두 만져보고도 애욕이 멈추지 않아 또 다른 연인을 꿈꾸는 당신 청첩장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당신 ―시집『비빌 방』(시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