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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들녘 /안규례

아버지의 들녘 안규례 어쩌까 어쩌실까 구순의 울 아부지 올해도 또 손수 지으신 농산물 보내셨네 이 폭염 이 염천에 구부러진 허리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거친 손 눈에 보이네 해마다 올해만 올해만 하시더니 이러다가 내 손 대신 일손 잡고 돌아가시것네 젊은 날엔 탄광에서 석탄 가루 반찬 삼아 드시고 환갑이 지난 자식 지금도 품고 계시네 복중 뙤약볕 피한다고 새벽이슬 밟으며 풀 뽑고 거름 놓아 길러 땄을 옥수수, 감자, 콩, 검은 봉지에 10남매 얼굴도 같이 넣어 봉다리 봉다리 꽁꽁 잘도 싸매셨네 예나 지금이나 야물딱진 울 아버지! ―시집『눈물, 혹은 노래』(도서출판 청어, 2021) ---------------- 고향과 사랑과 어머니는 시의 진부한 소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시인..

경전 1 /이태호

경전 1 이태호 언젠가 난 어렵사리 맹자 7편을 읽었고 지금은 갈피 닳은 '아내'를 읽는 중이네 필생을 두고 다 못 읽은 책이 또 있네 '어머니' ㅡ시조집「달빛 씨알을 품다」(청어, 2022) 우리 어머니는 딸을 낳지 못하고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그래서 내가 나서 자라던 우리 집에서는 여자라고는 엄마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여자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다 보니 여자는 내게 있어 늘 머나먼 미지의 세계처럼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먼 동산에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보이기는 보이나 만질 수는 없었고 가까이는 가보고 싶은데 가까이할 수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저 맘속 깊이 간직한 보석처럼 여자란, 여신처럼 신성하고 신비한 존재여서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꽃에서 사는 어여쁜 요정처럼 향..

일인칭의 봄 /이명숙

일인칭의 봄 이명숙 꽃이 피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아까시꽃 찔레꽃 아직 피우지 못한 언어는, 어느 먼 생의 입술에서 필까요 꽃들 망막에 꽂힌 흰빛 푸른빛 사이 서로 다른 오늘의 왼눈 오른눈 사이 간 봄의 볕에 타버린 혀의 뿌리 찾아서 꽃이 지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검은 숲에 버려져 스마트만 진심인 우리는, 어느 천년 후 여기 다시 올까요 불두화 합장하는 그렇고 그런 봄날 귀 적시는 소리에 그저 우연이란 듯 서운암 꽃자리마다 술렁이는 눈빛들 ㅡ부산시조 통권 50호 기념시조집 『서운암, 시조에 물들다』(부산시조시인협회, 2021) ㅡ시조집『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문학들, 2022) ----------------------- 시의 제목이 일인칭의 봄이다, 이인칭도 있고 삼인칭도 있는데 왜 하필 일인칭..

도시가 키운 섬―감천마을 /최삼용

도시가 키운 섬 ―감천마을 최삼용 비탈길 뒤뚱이며 기어 오른 마을버스에서 내려 까마득한 돌계단을 터벅터벅 오르면 마주 오는 사람 비켜가기 위해 잠시 된숨 놓아도 되는 그래서 노곤이 땟물처럼 쩔어진 골목은 이웃집 형광등 불빛까지 남루가 고인 저녁을 달랜다 액땜인 양 보낸 하루로 얻어진 고단을 눕이려 정처에 들면 허기를 부은 양은냄비의 끓는 물속에서 울혈 닮은 라면 스프 물 붉게 우러나고 몸집 부푼 면발 따라 가난의 죄까지 부풀린다 하느님과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서 살기에 믿음 약해도 하느님을 빨리 만날 것 같은 도시가 키운 섬 거기에 가난과 실패를 혹은 죄 없는 꿈을 혀끝에 단 채 휘황한 도심 발치에 두고 가난을 품앗이한 우리가 산다 ―시집『그날 만난 봄 바다』(그루, 2022) 홀로 산행을 하며 삼각산..

충영(蟲癭) /김성신

충영(蟲癭) 김성신 나는 한 마리 벌레 저 단단한 씨방 속이 궁금했다 그림자는 기꺼이 버려두며 빛의 모서리는 둥글게 둥글게 바라볼 때마다 나지막이 반짝일 것 견딜 수 있냐고 묻고는 사라진 웃음을 수막새로 만들며 모질다고 낯도 참 두껍다고 말할 것 내가 깊은 그곳을 헤집은 후 푸른 저녁은 말을 걸어오곤 했다 하룻밤은 당신과 입술이 맞닿는 일 사흘 밤은 당신의 어깨를 감싸는 일 이레째, 당신의 봉분을 쌓을 수도 있겠다 사소한 일들로 벌어진 당신과의 틈새로 낯선 계절이 웅크리고 있었다 앞에서 안아도 가슴은 늘 뒤 몸 안으로 흐르는 채워지지 않는 생각을 갉을 수밖에 없는 운명 나를 저 멀리로 내려놓아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은 죄다 길이 되고 안녕, 이라는 말 한마디 무릎으로 구겨 넣을 때마다 가뭇한 소리가 이명..

어머니 /주일례

어머니 주일례 사는 게 부끄럼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세상 티끌 하나 없는 것처럼 살았다고 말할 수 없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슬픔 하나는 내 오랜 거울이고 일기였지 마주하고 싶지 않는 자화상이었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는 얼굴이었지 ―시집『당신만 모르고 다 아는 이야기』(문학의전당, 2022) 어머니 시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참 많다. 수많은 시인들이 고향과 사랑과 더불어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찾아 불렀다. 가슴 속에 담아 놓은 보물처럼 기억의 저편에 저장해 놓아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것이다. 나 역시도 동가식서가숙하며 객지로 떠돌 때 아플 때나 힘들 때 제일 먼저 보고 싶고 그리웠던 사람이 어머니였다. 그리고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어머니라는 단어만 나와도..

아욱국 냄새는 창문을 넘고―달팽이 /박재숙

아욱국 냄새는 창문을 넘고 ―달팽이 박재숙 꿈에 본 그 녀석일까? 6일간 냉장고 야채실 아욱 담은 비닐봉지 속에서 살아남은 달팽이 한 마리 저 느린 걸음으로 얼마나 아욱 줄기를 헤맸던 것일까? 없애야지 싶다가도 텃밭 야채 걱정되어도 먹으면 얼마나 먹을까 생각에 화단에서 꽃향기 맡으며 소풍처럼 남은 생 더 살다 가라고 창문 열고 꽃기린 잎새에 놓아주었는데 장맛비 온종일 뿔을 적시고 저녁이 되어도 집 한 채 둘러메고 그 자리 떠나지 않고 있다 어디로 가다가 문득 여기까지 따라왔을까? 먼 천둥소리 아욱국 냄새는 창문을 넘고 오솔길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ㅡ시사진집『천 년쯤 견디어 비로소 눈부신』(詩와에세이, 2022) 언젠가 상추를 먹다가 달팽이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 시골에서 뽑아왔다고 주었는데 처..

가볍고 발이 편한 캠프라인 등산화 ㅡ아이콘

가볍고 발이 편한 캠프라인 등산화 ㅡ아이콘 등산 다닌 지 20년 캄프라인 등산화만 신다가 한두번 다른 메이커 등산화 샀다가 발가락이 아프고 발이 편하지 않아 결국 일 년도 못 신고 캠프라인 등산화 ㅡ아이콘 으로 다시 샀다. 배송 되어 오자마자 신어보니 발이 너무 편하다. 이제 등산화로 스트레스 받지는 않겠다, 그동안 캠프라인 스톰 시리즈와 릿지화 쭈욱 신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캠프라인 등산화 많이 추천하기도 하고 대신 사주기도 했는데 이제 다시는 등산화 캠프라인 말고는 사지도 않고 신지도 않을 것이다. 등산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등산화가 등산 다니는데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발이 안 편하면 그날 등산은 열 배나 더 힘들어진다. 등산복은 티나 잠바나 바지나 기능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 땀만 흡수되고..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탄도항)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탄도항)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 -노을이 차츰 물들고 있다 대부광산퇴적층암 전망대에서 -어느 가족의 인생 샷 대부광산퇴적층암 전망대에서 -어느 연인?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 -풍경 렌즈 캐논 16mm 35mm 안 가지고 갔더니 전곡항, 탄도항, 제부도 누에섬까지 들어오지 않아서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 -탄도항 마을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풍경 -누에섬 길이 물에 잠기고 있다 대부광산퇴적층암 대부광산퇴적층암 전망대에서 -이쪽을 여행하다 보면 비행기를 자주 만나는데 가끔 철새도 무리지어 이동을 한다

대부도 해솔6길 4 가는 길 -대중교통(탄도항 누에섬까지)

대부도 해솔6길 4 가는 길 -대중교통(탄도항 누에섬까지)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일몰 -탄도항 누에섬 해가 지고 있다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일몰 -어느 가족의 실루엣 대부광산퇴적층암에서 바라본 일몰 -어느 연인의 실루엣 대부도 해솔7-1길 -탄도항에서 큰 길 횡단보도를 건너면 대부광산퇴적층암으로 가는 길을 노랑부리황새가 인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