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들녘 안규례 어쩌까 어쩌실까 구순의 울 아부지 올해도 또 손수 지으신 농산물 보내셨네 이 폭염 이 염천에 구부러진 허리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거친 손 눈에 보이네 해마다 올해만 올해만 하시더니 이러다가 내 손 대신 일손 잡고 돌아가시것네 젊은 날엔 탄광에서 석탄 가루 반찬 삼아 드시고 환갑이 지난 자식 지금도 품고 계시네 복중 뙤약볕 피한다고 새벽이슬 밟으며 풀 뽑고 거름 놓아 길러 땄을 옥수수, 감자, 콩, 검은 봉지에 10남매 얼굴도 같이 넣어 봉다리 봉다리 꽁꽁 잘도 싸매셨네 예나 지금이나 야물딱진 울 아버지! ―시집『눈물, 혹은 노래』(도서출판 청어, 2021) ---------------- 고향과 사랑과 어머니는 시의 진부한 소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