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의 봄 /이명숙
일인칭의 봄 이명숙 꽃이 피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아까시꽃 찔레꽃 아직 피우지 못한 언어는, 어느 먼 생의 입술에서 필까요 꽃들 망막에 꽂힌 흰빛 푸른빛 사이 서로 다른 오늘의 왼눈 오른눈 사이 간 봄의 볕에 타버린 혀의 뿌리 찾아서 꽃이 지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검은 숲에 버려져 스마트만 진심인 우리는, 어느 천년 후 여기 다시 올까요 불두화 합장하는 그렇고 그런 봄날 귀 적시는 소리에 그저 우연이란 듯 서운암 꽃자리마다 술렁이는 눈빛들 ㅡ부산시조 통권 50호 기념시조집 『서운암, 시조에 물들다』(부산시조시인협회, 2021) ㅡ시조집『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문학들, 2022) ----------------------- 시의 제목이 일인칭의 봄이다, 이인칭도 있고 삼인칭도 있는데 왜 하필 일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