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김대호
슬픔은 수학이었다
수시로 슬픔의 문제를 풀었다
슬픔의 공식이 있었으나 슬픔을 풀 때는 공식에 대입했다
내 슬픔과 당신의 슬픔을 잇는 가장 가까운 선을 구하는 문제는
아직도 푸는 중
당신의 인생을 더하고 내 인생을 빼고 당신과 나의 감정을 미적분하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오래된 내 병은 어떤 공식을 대입해도 풀리지 않았다
지독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넬슨 만델라는 모든 사람에겐 선이 있다고 믿었다
나 역시 성선설을 믿고 있지만 몸은 항상 뻣뻣하다
착하게 살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슬픔의 방정식은 풀린다
내 불행이 슬픔의 근육을 단련한다
허술한 희망보다 단단한 슬픔은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가
슬픔의 답안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지우지 못한 살림살이같이 숫자와 공식과 괄호만 남아있다
―시집『실천이란 무엇입니까』(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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