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서 이사람 너에게로 가는 길은 풀벌레 소리도 다정한 잔소리로 들렸지 빈 무밭에 버려진 무청은 잃어버린 이름표처럼 쓸쓸했네 눈을 감고 걸으면 밤 뻐꾸기 소리에서 살냄새가 났지 서로 쥐지 못하고 스치기만 했던, 손등과 손등의 기억이 시퍼런 달빛에 들켜 숨이 막힐 지경이었네 건너편 제재소 불빛에 두 입술은 들숨과 날숨의 속내를 자주 들키고 했었지 혼자 돌아오는 밤길은 끊어진 폐 노선처럼 불편한 위안임을 진작부터 예감했었지만 가지러 온 것이 아니라고, 다시 두고 가려 했다고 말하고 싶었지 저녁 그림자가 짙게 누울수록 혹시나 하는 마음은 긴 가뭄 뒤의 당도처럼 짙어져만 갔네 ㅡ웹진《시산맥》(2023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