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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첫 행은 어떻게 하나/1

詩의 첫 행은 어떻게 하나/1 조병무 사랑하는 여러분, 시를 쓴다는 것은 어딘가 떠돌아 다니는 어떤 기 같은 것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 그 기 같은 것을 붙잡았을 때 어떤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것이 시의 첫 행입니다. 그럼 시의 첫 행은 어떻게 잡아야 하고 표현해야 할 까요. 참 어려운 질문의 하나가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모든 일들에 해당될 것입니다. 가령 집을 지을 때 처음 어떻게 합니까? 사랑을 할 때 처음 어떻게 하나요? 멀리 여행을 할 때 처음 무엇을 해야 하나요? 누구와 만날 때 무슨 말부터 먼저 할까. 등등의 질문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시의 첫 행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십시오. 계절도 봄부터 시작되는 것과 같이 여름이나 ..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정지윤 시인 '감정노동자'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정지윤 시인 '감정노동자' 승인 2024.02.01 21:40 웃음엔 그늘이 없어 숨을 곳이 없다 자면서도 나는 친절한 내 웃음에 찔린다 디카시(dicapoem)는 사진과 시, 영상언어와 문자언어의 콜라보입니다. 콜라보이기 때문에 영상과 문자는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대등하게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야 합니다. 윗시에서, 영상인 장승과 시적 자아인 나의 만남은 충격적입니다. 과거와 현재, 신화와 문명의 느닷없는 콜라보이기 때문입니다. ‘웃음으로 공동체를 지킨다’는 교집합의 발견 또한 놀랍습니다. 마을의 수호신인 장승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깊은 이해, 하루종일 전화상담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현재적 의미와 그 문제점에 대한 사유와 번민의 결과일 터입니다. “자면서도 ..

[알립니다]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코너 신설 -대구신문

[알립니다]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코너 신설 대구신문 승인 2024.02.01 22:33 매주 금요일 본지 22면 강현국 시인 대구신문은 올해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을 개최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높은 관심으로 700여 디카시 애호가가 2천여 편의 작품을 응모할 만큼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열기는 디카시가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된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최적화 된 문학형식임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카시는 특정 작가의 전유물이 아닌 소비자(독자)가 생산자(작가)를 겸할 수 있는 양방향성의 생활문화 양식이기도 해서 그외연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지는 매주 금요일 22면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을 디카시의..

전원 시 모음 -이 백 /조지훈 /이기철 /김상용 /예이츠 /주요한

산중 문답(山中 問答) 이 백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그대에게 묻노니 어이해 산에 사노.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은 한가롭다. 복숭아꽃 시냇물에 아득히 흘러가니 정년 다른 천지라, 인간 세계 아니로다. -김희보 엮음『世界의 名詩』(종로서적, 1987) ---------------------------------- 산중문답(山中問答) 조지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가 멍석자리 삽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처음으로 /황강록

처음으로 황강록 아버지와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게 되었다 이런 어색한 일은 될수록 피해 왔었다 어버지가 밥을 차려주었고 나는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 같은 건 될수록 피하고 싶은 어색한 일 이었다. 가급적이면 떠들썩하고, 정신없이 바쁘고… 그렇게 얼떨결에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일 아버지는 늙은 얼굴만 빼고는 몸이 모두 낡은 기계로 되어 있었다. 삐걱거리고 균형 을 잘 잡지 못했다. 무척 오랫동안 그 불편한 기계로 험한 일들을 해왔었나 보다. 당연히 구식의 기계로는 밥을 맛있게 차릴 수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 혼자서 밥을 찬찬히, 맛있게 차려 본 적이 없기도 할 테고…… 아버지가 차린 맛없는 밥을 우린 말없이 먹었다..

사주를 믿으시나요?

사주를 믿으시나요? 성종은 조선시대 9대 왕이었지요. 9대하니 굉장히 긴 것 같습니다만 태조이래 사람만 9명이 바뀌었다는 것이지 2대인 정종과 3대인 태종은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었고 조카인 단종을 적소의 땅 영월 청렴포에 유배를 시키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조선시대 최대의 성군인 세종의 아들이지요. 그 밑에 예종, 성종은 세조의 아들이구요. 세조의 아버지는 세종, 세종의 할아버지가 태조니까 성종과 조선개국왕인 태조와는 핏줄로 따지면 5대밖에 되지 않지요. 세종은 6명의 부인에게서 18남 4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5대왕인 문종과 7대 왕이 된 세조는 같은 어머니인 소헌왕후를 어머니로 두었습니다. 세조는 아버지인 세종의 문의 피를 이어받지 않고 할아버지인 태종의 무인기질을 받고 태어났나요. 같은 어머니인 소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