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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 시 모음 -필사

소월 시 따라 쓰기 ㄱ 제목의 시 1 가는 길/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番)……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깁니다 앞강(江)물, 뒷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98.02.02/ 오후 3시 55분 ▷ 연달아 : 연(連)달아. 연이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 흐릅디다려 : '흐릅디다'와 '그려'의 융합형 2 가을 아침에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속삭임 1 /오탁번

속삭임 1 오탁번 2022년 세밑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옆구리가 아프고 명치가 조여온다 소리를 보듯 한 달 내내 한잔도 못 마시고 그냥 물끄러미 술병을 바라본다 무슨 탈이 나기는 되게 났나 보다 부랴사랴 제천 성지병원 내과에서 위 내시경과 가슴 CT를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다 (참신한 비유는 엿 사 먹었다) 췌장, 담낭, 신장, 폐, 십이지장에 혹 같은 게 보인단다 아아, 나는 삽시간에 이 세상 암적 존재가 되는가 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1초쯤 지났을까 나는 마음이 외려 평온해진다 갈 길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가는 것보다야 개울 건너 고개 하나 넘으면 바로 조기, 조기가 딱 끝이라니! 됐다! 됐어! —2023. 01.05 ㅡ유고 시집 『속삭임』(서정시학, 2024)

제48호 오민석/ 경계 혹은 사이의 시학

경계 혹은 사이의 시학 ― 하기정의 디카시 읽기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근 20년 전 조심스레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명함을 내밀었던 디카시는 이제 독립 장르로서 제 자리를 거의 굳히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전국의 수많은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생활 문학으로서 디카시를 열심히 배우고 즐기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디카시를 잘 모르거나 뜨악해 하던 전문 시인들이 디카시 창작의 최전선으로 점점 더 많이 입성하고 있다. 미디어 인프라의 변화가 예술 형식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수천 년 예술의 역사가 증명해왔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맥루한H. M. Mcluhan의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미디어는 형식이자 수단이면서 동시에 내용이자 메시지이다. 미디어는 인간의 감성..

생활 속 일본식 용어

생활 속 일본식 용어 1970년대 개인화기였던 ‘M16’을 병사들은 ‘에무식스틴’ 또는 ‘에무십육’이라고 했습니다. 그냥 ‘엠식스틴’‘엠십육’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에무식스틴’이나 ‘에무십육’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다른 화기인 경기관총 LMG(light machine gun)도 ‘엘에무지’로 불렀습니다. 일본식 용어가 비단 생활 속 뿐만 아니라 군 무기에도 사용했던 것. ​ 일본식 용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의 말을 쓰는 건 지양해야겠습니다. M(에무) ---> M(엠) L(에르) ---> L(엘) 가라 ---> 가짜 가불 ---> 선지급 가압류 ---> 임시집행 가오 ---> 체면, 무게 가처분 ---> 임시처분 간지 ---> 멋 견습 ---> 수습 고참 ..

조선의 무당

조선의 무당 ​ * 무당은 굿을 통해 신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사를 인간에게 전하고, 거꾸로 인간의 소망을 알리는 존재. * 공자의 '怪力亂神을 멀리 하라'는 가르침을 신봉한 조선 위정자들의 경계심리로 무당은 지독한 냉소와 천대속에 최하층 계급으로 전락 * 평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차별하고 멸시하다가 역병이나 사고 등 자신들에게 구체적인 위험이 당도하면 비로소 못이기는 체하며 손을 내밀었다. ​*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이 신통력과 결합하면 반드시 강력한 집단화가 이루어지고 결국 승려나 동학도, 기독교들처럼 권력의 참혹한 칼날을 받게 된다. 그런 참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이란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만 불러 쓸 수 있는 일종의 진통제였다. 때문에 무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타종교의 그것처럼 세상을 바꾼다거나 정..

우리말 사전

우리말 사전 출처 : 선 출판사 1. 우리말 달인 - 재미있는 말의 어원 언어의 성질 중에 자의성(恣意性)이란 것이 있다. 말이 처음 생길 때, 사물과 이름, 뜻과 말소리의 결합이 누군가 자의적(= 임의적)으로 붙여서 되는 성질을 말한다. 그러나 거기엔 필연적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자의적으로 시작한 언어가 언중들의 동의를 얻어 사회성을 얻게 되고, 역사적으로 변천하는 것(역사성)이 언어가 걷는 길이다. 그런 과정에서 문명의 발달로 새 말이 자꾸 생기고, 새로 생긴 말에는 어떤 필연적 이유도 있게 된다. 이를 말의 어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말의 어원을 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어원을 정확하게 추론한다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다. 그래서 말의 어원에는 많은 이설이 있는 것 또한 ..

돛은 가자고 하고 닻은 머물자고 하는 곳에 있듯

돛은 가자고 하고 닻은 머물자고 하는 곳에 있듯 (펌글) 이제 낮달처럼 사는 것이 지혜라고 느낄 때도 되었다. 중년은 존재해 있지만 알지 못하는 낮달과 같은 삶을 이해하고 품어줄 나이이다. 돛은 배를 가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바람을 받아 배가 빠르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돛이다. 돛대에 돛폭을 달아 바람을 한껏 받을 수 있게 하고 돛폭의 기울기나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배의 방향과 빠르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를 젓지 않고 돛을 이용하도록 만든 배를 돛단배라고 한다. 이는 배에 돛을 장착하는 것을 돛을 단다고 함과 연결되는 말이다. 돛을 단다는 말은 돛대를 세우고 거기에 돛폭을 맴을 의미한다. 돛폭을 돛대에 다는 행위를 돛을 올린다고 한다. 돛을 올리는 데는 마룻줄(용총줄이라고도 한다)을 사용한다...

재미 있는 우리말 표현

재미 있는 우리말 표현 - 부사를 중심으로 까드락까드락: 조금 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이 구는 모양. 괴발디딤: 고양이가 발을 디디듯이 소리 나지 않게 가만히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는 짓. 이랬 곰비임비: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 내광쓰광: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하게 대하는 모양. 다저랬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 따따부따: 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다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데면데면: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은 모양. 미주알고주알: 이것저것 속속들이 캐어묻는 모양. 밑두리콧두리: 확실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자꾸 캐어묻는 근본. 사부랑사부랑: 주책없이 쓸데없는 말을 자꾸 지껄이는 모양. 아근바근: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