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시 읽기

맵고 아린 /강정이

흰구름과 함께 2023. 2. 23. 13:39

맵고 아린

 

강정이  

 

 

1

호두까기인형이 되어

태엽감은 듯 빙글빙글 도는 발레리나

새처럼 춤추기 위해 발가락은

맵고 아리다

그녀 발가락이 불퉁불퉁

마늘뿌리다

 

꽃목걸이 걸고 웃는 발레리나

껍질 벗긴 한 톨 마늘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얼굴 매운내 훅- 터지니

눈부시다

 

 

2

친구야 마늘은

장터국밥에나 용봉탕에나

헌 운동화나 동쪽 별자리에도

들어있다

울지마라

 

 

 

―『반경환 명시(종려나무, 2007)

 

 

 

   인터넷에 보면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에서 보면 발로

공을 죽도록 차대는 박지성의 발보다 강수진의 발이 훨씬 더 못 생겨서 충격적이다.

 

   열 발가락은 온통 옆으로 퍼지고 굳은살이 박혀서 울퉁불퉁한 것이 길바닥의 요철보다도 더 심하다.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기까지 발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그 발가락은 묵묵히 잘 대변을 해 주고 있는데 충격이 가시고 나면 이내 가슴이 뭉클해지며 짠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토종마늘의 아리고 매운 맛보다 더 알싸한 감동의 맛을...(2008년 10월 6)

'나의 글과 사진 >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지옥 /유하  (0) 2023.02.24
전전긍긍 /안도현  (0) 2023.02.24
철새 /감태준  (0) 2023.02.23
외상값 /신천희  (0) 2023.02.23
소스라치다 /함민복  (0)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