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아린
강정이
1
호두까기인형이 되어
태엽감은 듯 빙글빙글 도는 발레리나
새처럼 춤추기 위해 발가락은
맵고 아리다
그녀 발가락이 불퉁불퉁
마늘뿌리다
꽃목걸이 걸고 웃는 발레리나
껍질 벗긴 한 톨 마늘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얼굴 매운내 훅- 터지니
눈부시다
2
친구야 마늘은
장터국밥에나 용봉탕에나
헌 운동화나 동쪽 별자리에도
들어있다
울지마라
―『반경환 명시』(종려나무, 2007)
인터넷에 보면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에서 보면 발로
공을 죽도록 차대는 박지성의 발보다 강수진의 발이 훨씬 더 못 생겨서 충격적이다.
열 발가락은 온통 옆으로 퍼지고 굳은살이 박혀서 울퉁불퉁한 것이 길바닥의 요철보다도 더 심하다.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기까지 발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그 발가락은 묵묵히 잘 대변을 해 주고 있는데 충격이 가시고 나면 이내 가슴이 뭉클해지며 짠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토종마늘의 아리고 매운 맛보다 더 알싸한 감동의 맛을...(2008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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