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지 조정권 시는 무신론자가 만든 종교. 신 없는 성당, 외로움의 성전, 언어는 시름시름 자란 외로움과 사귀다가 무성히 큰 허무를 만든다. 외로움은 시인들의 은둔지,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시인은 자기가 심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에 목매달고 죽는 언어 밑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다. 시인은 1인 교주이자 그 자신이 1인 신도, 시는 신이 없는 종교, 그 속에서 독생獨生하는 언어. 시은市隱*하는 언어 나는 일생 동안 허비할 말의 허기를 새기리라. *세속 속에서의 운둔. ㅡ『유심』(2013. 4) ㅡ시집『고요로의 초대』(민음사, 2011) ------------------------- 시인에게 있어 ‘시’는 연인이자 애인, 오르고 싶은 나무 그리움의 대상이다. 마냥 말을 걸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