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시 읽기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흰구름과 함께 2023. 3. 22. 20:51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시집망향(문장사,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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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채널을 돌리다보면 귀촌, 귀농하는 프로그램도 방영하지만 이른바 자연인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홀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개그맨이 출연하여 이삼일 같이 생활하며 자연인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백석 시인은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이 자연인이라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자연이 좋아서 아내와 허락과 자식들의 동의하에 들어온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 세상에 져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사업을 실패하고 재기를 노리며 절치부심하다 그마저도 안 돼 심신이 피폐해져 시난고난 병고에 시달리 스스로 세상을 버린 사람들이다. 종편들이 이 방송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시청자들에게 동정을 받거나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이런 곳에 들어와서 사는 자연인들의 생활상은 초라하지만 마음과 몸은 건강하다. 오히려 저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면 긍정과 어떤 대리만족 같은 것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고개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물질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것을 피부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원시 하면 일어나 지금 가리,/이니스프리로 가리로 시작되는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이 생각나는데 그래도 전원시의 백미하면 이태백의 산중문답을 꽂는다. 우리나라 많은 시인들도 전원을 노래했다. 조지훈 시인의 산중문답(山中問答)도 있고 주요한 시인의 전원송(田園訟)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시인들이 자화상처럼 전원시도 한 편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원시의 백미를 꽂는다면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아닌가 싶다.

 

  먹을 만큼 심고 거두고 조금 남아돌면 나눠주면서 유유자적의 삶이 한가롭다. 이 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화룡정점은 바로 마지막 3연의 두 행인데 왜 그런 곳에 가서 사느냐고 도회인들이 물어보면 그냥 웃는다고 한다. 이 웃음에는 모든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하는 이에 따라 이 대답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물어보라. 나에게는 어떤 대답이 들려올까.

 

 

전원시 모음 - 이백/조지훈/이기철/김상용/예이츠/민병찬/주요한 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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