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시 읽기

로또 /김봉용

흰구름과 함께 2023. 3. 24. 10:40

<마누라가 꽃이요, 로또>

로또

 

김봉용 

 

 

그녀는

로또다

맞는 게

하나도 없다

 

대박을 꿈 꾸며

살아왔지만

취미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고

입맛도 다르다 이제는 따로 논다

 

내가 앞을 보면

뒤를 보는

늘 어긋나는 관계이지만

생을 걸어가는 방향은 같다

 

 

 

―시집『저녁 무렵의 램소디』(시산맥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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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속에 숨어 있는 미학적 단순 명료한 진실

 

  시의 내용을 읽기도 전에 제목만 봐도 관심이 가는 로또입니다. 누구나 대박을 꿈꾸는 로또 하지만 아무나 되지 않는 로또...언뜻 생각하기엔 로또를 사서 천원이라도 되었나 아니면 만날 사도 꽝이라는 어떤 안타까운 사연이 들어있나 싶은데 엉뚱하게도 부부 이야기입니다.

 

   캬캬캬,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몇 줄을 읽는 순간 웃음이 터집니다. 맞는 게 하나도 없답니다. 남남으로 만난 부부, 길다면 긴 한평생 살아오면서 맞는 것보다 안 맞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살아본 사람은 다 아실 것입니다. 성격이 안 맞는다, 입맛도 다르다 취미까지 달라 나이가 들면 서로서로 따로 놀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이런 시를 쓰고도 마누라한데 무사한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어쩌겠습니까...말년엔 열 효자 자식보다 악처가 낫다는 속담처럼 늙어서 마누라밖에 없다는 말 다 아시죠. 그런 의미에서 우회하지 마시고 오늘도 내일도 보무도 당당하게 그야말로 로또 중에 로또인 마누라님을 향하여 앞으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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