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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1 /오탁번

흰구름과 함께 2024. 2. 19. 12:01

속삭임 1

오탁번


2022년 세밑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옆구리가 아프고
명치가 조여온다
소리를 보듯
한 달 내내 한잔도 못 마시고
그냥 물끄러미 술병을 바라본다
무슨 탈이 나기는 되게 났나 보다
부랴사랴
제천 성지병원 내과에서
위 내시경과 가슴 CT를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다
(참신한 비유는 엿 사 먹었다)

췌장, 담낭, 신장, 폐, 십이지장에
혹 같은 게 보인단다
아아, 나는 삽시간에
이 세상 암적 존재가 되는가 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1초쯤 지났을까
나는 마음이 외려 평온해진다
갈 길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가는 것보다야
개울 건너 고개 하나 넘으면
바로 조기, 조기가 딱 끝이라니!
됐다! 됐어!

                     —2023. 01.05

ㅡ유고 시집 『속삭임』(서정시학,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