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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은 가자고 하고 닻은 머물자고 하는 곳에 있듯

흰구름과 함께 2024. 2. 13. 20:36

돛은 가자고 하고 닻은 머물자고 하는 곳에 있듯

 

(펌글)

 

이제 낮달처럼 사는 것이 지혜라고 느낄 때도 되었다.

중년은 존재해 있지만 알지 못하는 낮달과 같은 삶을 이해하고 품어줄 나이이다.

돛은 배를 가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바람을 받아 배가 빠르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돛이다.

돛대에 돛폭을 달아 바람을 한껏 받을 수 있게 하고 돛폭의 기울기나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배의 방향과 빠르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를 젓지 않고 돛을 이용하도록 만든 배를 돛단배라고 한다.

이는 배에 돛을 장착하는 것을 돛을 단다고 함과 연결되는 말이다.

돛을 단다는 말은 돛대를 세우고 거기에 돛폭을 맴을 의미한다.

돛폭을 돛대에 다는 행위를 돛을 올린다고 한다.

돛을 올리는 데는 마룻줄(용총줄이라고도 한다)을 사용한다.

마치 국기를 깃대에 매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돛폭을 돛대에 매달게 된다.

배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는 아딧줄(돛줄임줄이라고도 한다)을 사용한다.

돛폭의 뼈대가 되는 활대를 이 아딧줄로 조정함으로써

돛폭이 바람을 받는 양을 조절함으로써 배의 빠르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런 돛은 일단 배에 달아야 하고, 배가 나아가기 위해서 돛폭을 올려야 한다.

배를 정박시킬 때에는 배가 바람을 받아 멀리 나아가지 못하도록 돛을 내려야 한다.

돛은 달고, 올리고, 내린다.

닻은 돛과 정반대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배가 나아가지 못하도록 배를 잡아매는 구실을 한다.

아주 무거운 쇳덩이(이것이 닻이다)를 줄로 맨 다음에 줄의 다른 끝을 배에 묶고 나서

그 쇳덩이를 물속에 내려놓으면 쇳덩이의 날카로운 부분(이것을 닻가지라고 한다)이

바다의 밑바닥에 박히기 때문에 배가 바람에 밀려다니지 않게 된다.

닻이 가벼워서 배가 움직일 것 같으면 닻에 닻돌을 덧붙여 놓기도 한다.

이때 닻을 바다에 내려놓는 일과 이것을 다시 회수하여 배 위로 올리는 작업을

웬만한 사람은 닻을 내린다거나 닻을 올린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돛과의 차별화를 바라는 뱃사람들의 의사와 달리 쓰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정박할 때에 배에 있던 닻을 바다로 내려놓고,

배를 출발시킬 때에는 닻을 다시 배에 올려놓기 때문에

닻을 내린다 닻을 올린다가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뱃사람들은 이를 각각 닻을 준다, 닻을 감는다라고 표현한다.

닻을 주는 것은 닻을 바다에 내리는 행위를 가리키고,

닻을 감는 것은 바다에 내려진 닻을 끌어올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들이 구태여 닻을 준다고 하거나 닻을 감는다고 한 것은 을 사용하는 경우와

을 사용하는 경우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바다를 존중하는 뱃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배 위에 세우는 돛은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고,

배 아래에 내리는 닻은 주거나 감는 것이다.

덫은 배와 관련이 없는 연장이다.

이것은 산이나 들에서 짐승이 다니는 길목에 설치해 놓고

짐승을 사로잡는 데 쓰이는 연장이다. 그러나 그 용도가 닻과 퍽 닮았다.

닻은 배를 머물게 하고, 덫은 짐승을 붙들어 놓는다.

덫을 설치하는 것을 덫을 놓는다고 하는 것은 바닥에 놓기 때문일 것이다.

덫이 짐승을 붙들면 짐승이 덫에 걸렸다고 하거나 짐승이 덫에 치였다고 한다.

덫 자체가 짐승을 잡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걸리다 치이다를 써서 덫의 기능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관용적인 표현에는 '닻 올려'라는 말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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