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시
송영미
나는 밤마다
당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두는
쪽문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오직 당신만이 들어오도록 열어두는 쪽문
당신은 그 문틈으로 달빛을 타고 와서는
나에게 살며시 입맞춤만 남겨둔 채
그렇게 말없이 가곤 합니다
어쩌다 눈물이 나도록 기다림에 지친 나는
그 쪽문마저 닫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밤마다
나의 문으로 들어와 당신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이불 한 자락을 펼쳐 둡니다
당신이 기나긴 여행을 끝낸 다음
편히 쉬어가도록 말입니다
―고경연 송영미 신순말 동인시집『삼색제비꽃씨』(세종기획,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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