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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다 /​김나연

흰구름과 함께 2023. 8. 1. 09:19

돌아가시다

 

​김나연

 

 

큰길 버스에서 내려

야트막한 고갯길 모퉁이를 돌면

산자락에 안긴 새 둥지 같은 고향 마을이 있었다

 

순자네 돌담을 돌아가면 마을

뒷길이었다

 

천지분간 못하던 어릴 적엔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그 돌담길을 돌아가듯

빙 돌아간다는 말로 알았다

 

계절이 돌아와 소쩍새 울고

하얀 찔레꽃 다시 돌아와 향기를 날려도

 

산모퉁이를 돌아갔는지

돌담길을 돌아갔는지

 

한번 돌아간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반년간『시에티카』(2023년 상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