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시다
김나연
큰길 버스에서 내려
야트막한 고갯길 모퉁이를 돌면
산자락에 안긴 새 둥지 같은 고향 마을이 있었다
순자네 돌담을 돌아가면 마을
뒷길이었다
천지분간 못하던 어릴 적엔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그 돌담길을 돌아가듯
빙 돌아간다는 말로 알았다
계절이 돌아와 소쩍새 울고
하얀 찔레꽃 다시 돌아와 향기를 날려도
산모퉁이를 돌아갔는지
돌담길을 돌아갔는지
한번 돌아간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반년간『시에티카』(2023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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