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것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그 맑은 눈빛 앞에서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나를 어미라 부른다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지금쯤 내 어린것은얼마나 젖이 그리울까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난만한 그 눈동자,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갈 수도 없다고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 시집『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비, 1994) ------------------------辭表 나희덕 날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창 밖으로 타오르는 노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