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수필

생활의 길목에서 5―임신 5

흰구름과 함께 2023. 2. 21. 09:36

생활의 길목에서 5

 

―임신 5

 

 

   셋째를 가진 아내의 모습은 정말 첫 아이와 둘째 아이 때와는 달리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손과 발이 부어오르더니 부종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얼굴까지 눈에 띄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둘째 애를 가졌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한 번 경험이 주는 무딤 때문에 다달이 병원에 가지를 않고 있다가 아이가 거꾸로 서 있는 바람에 멀쩡한 배에다 칼을 대서 둘째를 얻어야 했던 호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첫 번째 임신 때는 첫 임신이라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아 또 겁이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또박또박 다니며 의사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 덕분에 가정집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네의 산부인과에서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자연분만을 했었는데 둘째 때는 그렇지를 못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서 매달 또는 약간의 이상이 있을 때마다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예약해 놓고도 한 번씩 안 가더니 6개월이 지나갈 무렵에 아이가 반대로 있다고 하여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아기의 머리가 엄마의 다리 있는 쪽으로 있어야 정상인데 머리 부분이 위쪽으로 있어서 산달이 다 되도록 돌아가지 않으면 수술해서 아이를 꺼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이라는 말에 덜컥 겁을 먹은 아내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열심히 엉덩이를 세우는 운동을 하였지만 고생한 보람도 없이 허리만 아프다고 했고 배 속의 아기는 산달이 가까워 오는데도 그대로 있었다. 출산 일은 다가오는데 아이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하자 할 수 없이 동네에서 가까운 한일종합병원 산부인과로 옮겼다. 처음부터 다시 검진하고 입원해 있다가 수술한 다음 일주일 후에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병원에 제대로 안 다니다가 수술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둘째를 낳았는데도 아내는 여전히 병원에 잘 가지 않았다. 수술해서 둘째를 낳았으니 셋째 또한 자연분만으로 낳기는 위험하다고 하니까 아예 수술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병원 가는 것을 꺼리는 것 같았다. 자꾸 말하는 것도 그렇고 또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하루 이틀 보냈는데 날이 갈수록 붓기는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있다가는 뭐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어 병원에 가라고 재촉하였더니 아내는 며칠만 더 기다리면 예약한 날 일이라며 그때 간다고 했다. 94년 11월 19일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 되자 예약 시간에 맞춰 아내는 아침에 집을 나섰다. 아내가 병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는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세 번 정도 벨이 울린 다음 집전화를 받았다.

 

   무심코 전활 받았더니 아내였다.

  “ 아이 씨...... ”

  아내는 약간 곤란하다거나 뭔가 일이 틀어지면 늘 버릇처럼 먼저 “ 아이 씨 ” 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이어서 송수화기 건너편에서 주저하는 듯이 들려 오는 아내의 목소리

   “ 지금 당장 입원하라는데 어떻게 하지...... ”

 

   병원에 입원하라는 것은 아내의 몸 상태가 위험하다거나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따라서 긴장이 되었다.

   “ 아니 병명이 어떻게 나왔는데 당장 입원하라는 거지?....... ”

 

   자꾸 부어오르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었는데 입원까지 하라는 말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내 말에는 대답도 않고 동문서답을 한다.

   “ 애들 땜에 어떡하지 ”

   그러더니 일단 집으로 온다고 하였다. 입원하리라고는 예상 못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애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애들 생각보다 당장 입원하라는 그 말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