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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정보 /김경미

흰구름과 함께 2023. 12. 9. 15:29

이사 정보

김경미


집을 내놓자 사람들이 보러 왔다

부동산 사장은 좋은 말만 하려 하고 
나는 낡은 내 집의 단점을 귀띔하려고 
계속 틈을 살폈다 

부동산 사장은 돌아가서 전화를 했다

사람들이 집 볼 때
첫눈에 제일 많이 좌우되는 곳이
두 곳이에요
그 두 군데만 수리하면 완전히
새집 같아져요

나는 벽지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이십육 년 전문가에 의하면

화장실하고 주방, 두 곳입니다 
주방은 이미 고치셨으니 
화장실만 완전히 새로 수리하세요

화장실을 고쳐준다는 조건으로
집을 다시 내놨다

내가 고쳐주고 싶은 건
실은 창문들인데
나라면 거길 고쳐 달라고 할 텐데

돈이 많으면 창문부터 고칠 텐데

더 많으면 
창문 밖 아파트 화단 풍경도 고칠 텐데

맞은편 아파트 밤의 거실 조명도 
전부 다 바꿔줄 텐데

나도 빈집을 보러 갔다 

베란다 배수구에 
작은 풀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정원을 얻은 듯 맘에 들어하자 
동행했던 집 수리 전문가 친구가 
집이 하자 있어 안 나간다는 증거라고 
혀를 찼다 

돌아오면서 하늘에 난
각종 창문과 풀꽃들을 보았다

그 투명 액자 속 구름들이
첫눈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문들 다 바꾸는 조건으로
집을 거둬들였다



ㅡ웹진Nim(2023,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