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 -좋은 시 문학상 건강 여행 뉴스 신문 기사 글

폐지라는 이름 /김영희

흰구름과 함께 2023. 8. 31. 13:22

폐지라는 이름

 

김영희 

 

 

허리에 힘을 빼니 관절도 포개지고

 모금 남아있던 숨마저 토해내며

담았던 허공조차도 비워내니 가볍다    

 

손수레 타고 가는 마지막 나들이길

노숙의 쓸쓸함도 밟히던  흔적도            

 잊은 아이들처럼 들썩들썩 즐겁다

 

누구의 이름 하나 빛내던 숨찬 날들

감싸고 덮어줘도 무참히 찢긴 시간

시치미  잡아떼고 주억대는 고갯짓

 

빛나던 짧은 인연 없던  접어놓고

 눈뜬 꽃잎처럼  순간 받은 이름

바람이 노래하는  제자리로 가는 

 

 

―『강원시조』(2023년 제38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