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라는 이름
김영희
허리에 힘을 빼니 관절도 포개지고
한 모금 남아있던 숨마저 토해내며
담았던 허공조차도 비워내니 가볍다
손수레 타고 가는 마지막 나들이길
노숙의 쓸쓸함도 밟히던 그 흔적도
다 잊은 아이들처럼 들썩들썩 즐겁다
누구의 이름 하나 빛내던 숨찬 날들
감싸고 덮어줘도 무참히 찢긴 시간
시치미 뚝 잡아떼고 주억대는 고갯짓
빛나던 짧은 인연 없던 양 접어놓고
막 눈뜬 꽃잎처럼 이 순간 받은 이름
바람이 노래하는 곳 제자리로 가는 길
―『강원시조』(2023년 제3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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