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내 시 - 내 시조

시절인연 /정호순

흰구름과 함께 2025. 3. 12. 12:23

시절인연

 

정호순

 

 

바람이 불어오네 누구의 손길인가

뜨겁던 푸른 이마 아직 다 읽기 전에

긴 꼬리 풀벌레 소리 만추의 밤 시드네

 

가랑잎 떨어지네 누구의 전언인가

불붙은 붉은 가슴 미처 다 쓰기 전에

뿔뿔이 제 갈 길 가네 속절없이 떠나네

 

호수에 파문지네 누구의 방문인가

못다 한 이야기는 가지에 두고 가네

먼 훗날 인연이 되면 마저 할 날 오리라

 

 

 

―계간『시하늘』(202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