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정호순
바람이 불어오네 누구의 손길인가
뜨겁던 푸른 이마 아직 다 읽기 전에
긴 꼬리 풀벌레 소리 만추의 밤 시드네
가랑잎 떨어지네 누구의 전언인가
불붙은 붉은 가슴 미처 다 쓰기 전에
뿔뿔이 제 갈 길 가네 속절없이 떠나네
호수에 파문지네 누구의 방문인가
못다 한 이야기는 가지에 두고 가네
먼 훗날 인연이 되면 마저 할 날 오리라
―계간『시하늘』(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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