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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흰구름과 함께 2024. 3. 19. 16:29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말면서도.

 

 

 

ㅡ제30 시집『추억』(자유문학사, 1987 초판)

―안도현 외『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가출판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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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낭송은 시의 재해석이자 새로운 창조

 

 

 

  낭송은 시의 또 다른 해석이라고 한다. 예전에 모아 놓은 낭송 시가 수 백편 있는데 어제 낭송시를 듣다가 이 시를 보았다. 이 시 또한 낭송하기 좋은 시다. 아니 실제로 이 시는 여러 낭송가들에 의해 사랑을 받았고 낭송도 많이 되었다. 라디오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진행자가 종종 낭송으로 들려주기도 해서 귀를 기울이며 듣기도 했다.

 

  SNS 시대가 도래했다. 거기에 발 맞춰 좋은 시를 소개하는 방법을 찾다가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를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더 그렇다. 그렇다고 여백이 많은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시만을 보낼 수는 없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뭐가 뭔지도 모르는 알지도 못하는 시를 좋은 시라고 보내는 것은 시와 더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 일뿐이다.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면 누가 시를 쓰고 시를 올릴까. 좋은 시방도 그렇고 자작 시방도 그렇고 시 읽기 방도 그렇다. 베스트셀러 시집이 좋은 시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 읽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래서 글을 올리고 나면 회원들에게 전체 쪽지를 보내 보기도 한다. 카톡과 밴드를 연계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시도도 해보았다.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관리에서 손을 좀 보면 가능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글을 올렸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누가 글을 올릴까. 조회수가 몇 번 안 된다면 글을 올리는 사람이 흥이 나고 더 올리고 싶은 생각이 날까. 시하늘이 일반 산방이나 친목카페와는 다른 문학 시 카페라고는 하지만 조회수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