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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신미균

흰구름과 함께 2024. 3. 22. 15:22

폭탄 돌리기

 

신미균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 머리 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3회 시와편견문학상 수상작, 2024 시와편견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