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서 정한모 1. 내 가슴 위에 바람은발기발기 찢어진기폭어두운 산정에서하늘 높은 곳에서비정하게 휘날리다가절규하다가지금은그 남루의 자락으로땅을 쓸며경사진 나의 밤을거슬러 오른다소리는창밖을지나는데그 허허한 자락은 때묻은이불이 되어내 가슴위에싸늘히앉힌다 2. 남루한 기폭 바람은 산모퉁이 우물 속 잔잔한 수면에 서린 아침 안개를 걷어 올리면서 일어났을 것이다 대숲에 깃드는 마지막 한 마리 참새의 깃을 따라 잠들고 새벽이슬 잠 포근한 아가의 가는 숨결 위에 첫마디 입을 여는 참새소리 같은 청청한 것으로 하여 깨어났을 것이다 처마 밑에서 제비의 비상처럼 날아온 날신한 놈과 숲 속에서 빠져나온 다람쥐 같은 재빠른 놈과 깊은 산골짝 동굴에서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나온 짐승 같은 놈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