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엄마 손 놓친 아이처럼
낯선 길에서 불안해할 때
초록 문으로 안내하며
빛이 되어 주던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호순
[쪽수필]
교직을 그만 두고 출판사 디자이너로 식물도감을 그릴 무렵, 나의 손 맛은 전문인 냄새가 슬금슬금 나기 시작했다.
때에 맞물려 칼라 인쇄가 도입되고 나는 전격적으로 아동물전문 출판사로 스카웃 되었다. 낮에는 새 직장에서 밤에는 전 직장에서 일하며 심리적 초록 문이 보일 즈음 새로운 문제와 부딪쳤다.
추석 전,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직원들 봉급 봉투를 책상에 올려주고 빨리 퇴근하라고 배려했다. 무심결에 누군가가 내 봉급봉투를 뒤집어 보고 근무 연차도 낮은데 봉급 책정이 불합리하다고 이의를 달며 문제시 했다.
그 때 빛이 되어준 한 사람, 젊은 사장님이 있었다.
“당신들이 결석을 하면 오선생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지만 , 오선생이 결석을 하면 당신들이 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봉급이 다릅니다.“
결국 이해 설득 되어서 무난히 저 문을 통과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약간의 봉급 조정이 되고 몇달 뒤 내 봉급도 더 높게 책정되었다. 칼라 백과사전을 만들 때,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수집하는데 혼신을 기울이는 나를 회사에서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 한 사람의 지혜로운 답변이 기억에서 나와 온 시간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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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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