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값 /신천희

외상값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계간『문학·선』(2006년 겨울호)

 

   

  전생의 부모가 현생의 자식으로 환생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그럴까요. 다들 부모보다 제 자식들에게는 없는 거 없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저도 한때 부모에게서 받은 것은 자식에게 내려주는 것이 도리는 아닐지라도 순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방세를 받으려고 방을 놓은 것도 아니고 우윳값을 받으려고 우유를 먹인 것도 아니지만 세를 살고 우유를 먹었으면 먹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몇백분의 일이라도 돌려드려야 하는데 그 또한 말처럼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식은 부모에게 뻔뻔하고 영원한 채무자에게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갚으려고 해도 갚을 길이 없지만 저승에 가서라도 갚을 수 있다면 갚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살아계실 적에 밥 한 끼라도 같이 먹고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는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겠지요. -정호순  

(2008년 9월 30일 씀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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