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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정지용

흰구름과 함께 2023. 9. 11. 15:14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서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흼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날

 

붉은 잎 잎

소란이 밟고 간다.

 

 

―『문장(22. 194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