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 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조웅전(趙雄傳) : 조선 시대의 대표적 군담 소설
* 율(律) : 율시(律詩). 여덟 구로 되어 있는 한시의 한 형태
―신한국문학전집36『시조선집』(어문각,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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