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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강일규

흰구름과 함께 2023. 7. 14. 10:04

햅쌀

강일규


어머니 삼우제 지내고

 돌아갈 사람은 슬픔을 흩뿌리며 다들 가고
 남을 사람만 남아 슬픔을 더 털어내고 있다

 며칠 더 계시다 가시라 해도
 내 집 놔두고 왜 여기 있냐며 가신다는 아버지 성화에 시골집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당장 저녁밥이 걱정이다

 가까운 마트에 갔다가
 햅쌀이 나왔다기에 한 포대 샀다

 오기 전
 아내가 알려준 대로 밥을 지으며
 아버지께 쌀 안치는 법과 전기밥솥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평소에 소화를 잘 못 시키는 편이라
 밥물을 조금 더 잡으라는 아내의 말도 잊지 않았다

 두부 넣고 김칫국을 끓이다
 눈에 서린 슬픔을 냄비에 빠뜨릴 때는

 아버지는 뒤돌아서서 벽만 바라보시고
 나는 칙칙거리는 밥솥만 바라보았다

 솥뚜껑을 열자
 이건 밥인지 죽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ㅡ웹진『님Nim』(202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