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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의 새장 /최수일

흰구름과 함께 2023. 7. 13. 09:59

노파의 새장

 

최수일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

작은 창 쇠창살에

얼굴을 바짝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한 노파

그녀의 흐릿한 눈동자에는

어떤 서러움 같은 게 그렁그렁 맺혀 있다

방안엔 허공을 나는

아픈 날갯짓 소리가 가득했다

 

매화꽃 향기 그윽한, 푸른 숲에 당도하기 위하여

그녀의 날개는 수없이 창공을 유영하는 연습을 한다

 

새의 발톱이 착지하는 공간 속으로, 나는 먼저 도착한다

푸른 숲은 알몸으로

그녀의 마른 기침소리를 복제한다

콜록, 콜록 콜록 새의 노래소리가 숲에서 춤을 춘다.

 

일류대학이라는 철창에 갇혀

서랍 속에

처박아 둬야 했던, 어느 봄밤

충혈된 시의 눈동자

 

오래 전 떠난, 소년시절의 망각의 뒤뜰에서

나는, 그 새의 맨발을 다시 만난다

언뜻,

낡은 새장에 갇혀 있는

부리가 상하고

날개가 찢긴 새 한 마리 본다

 

 

 

―『한국힐링문학』(20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