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해에서
이상국
이 절도 다 됐구나
뒷산에서는 물오른 동백이 백댄서처럼 몸을 흔들고
절마당 아래까지 술집이 들어앉으니
한때는 힘깨나 썼을 부처가 오빠처럼 보이는구나
내 오늘 늙은 기러기처럼 이 땅을 지나가며
절집만 봐도 생이 헌 옷 같고
나라가 다 측은하다만
혹 다시 못 오더라도
월경처럼 붉은 꽃들아
해마다 국토의 아랫도리를 적시고
또 적시거라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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