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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남해에서 /이상국

흰구름과 함께 2023. 7. 18. 14:19

겨울 남해에서

 

이상국

 

 

이 절도 다 됐구나

 

뒷산에서는 물오른 동백이 백댄서처럼 몸을 흔들고

절마당 아래까지 술집이 들어앉으니

한때는 힘깨나 썼을 부처가 오빠처럼 보이는구나

 

내 오늘 늙은 기러기처럼 이 땅을 지나가며

절집만 봐도 생이 헌 옷 같고

나라가 다 측은하다만

혹 다시 못 오더라도

월경처럼 붉은 꽃들아

해마다 국토의 아랫도리를 적시고

또 적시거라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