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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주일례

흰구름과 함께 2023. 3. 15. 09:05

어머니

 

주일례

 

 

사는 게 부끄럼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세상 티끌 하나 없는 것처럼 살았다고 말할 수 없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슬픔 하나는

내 오랜 거울이고 일기였지

마주하고 싶지 않는 자화상이었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는 얼굴이었지

 

 

 

―시집『당신만 모르고 다 아는 이야기』(문학의전당, 2022)

 

 

 

   어머니 시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참 많다. 수많은 시인들이 고향과 사랑과 더불어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찾아 불렀다. 가슴 속에 담아 놓은 보물처럼 기억의 저편에 저장해 놓아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것이다. 나 역시도 동가식서가숙하며 객지로 떠돌 때 아플 때나 힘들 때 제일 먼저 보고 싶고 그리웠던 사람이 어머니였다. 그리고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어머니라는 단어만 나와도 울컥거리는 그 무엇이 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 남자와 여자가 무엇 다를까. 딸을 보면 어머니가 보이고 어머니를 보면 딸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어머니도 여자이고 딸도 여자이기에 남자들이 알 수 없는 동병상련 같은 그 무엇이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같은 성별에서 오는 동질감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일례 시인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방식은 좀 독특하다. 마치 어머니에게 보내는 하소연 같기도 하고 연서 같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떨까. 이 어머니, 저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삶은 자식들의 거울이고 남몰래 적어놓고 가끔은 눈물 흘리면서 반추해보는 일기장 같은 것이 아닌가. 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