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김소월
들가에 떨어져 나가앉은 메 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반짝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ㅡ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
꽃신
서정춘
어느 길 잃은 여자아이가
한 손의 손가락에
꽃 신발 한 짝만을 걸쳐서 들고
걸어서 맨발로 울고는 가고
나는 그 아이 뒤 곁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전생 같은 수수 년 저 오래전에
서럽게 떠나버린 그녀일까고
그녀일까고
―시집『귀』(황금이삭, 2005)
'남의 글 -좋은 시 문학상 건강 여행 뉴스 신문 기사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0) | 2024.04.12 |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1) | 2024.04.10 |
왜 시가 읽히지 않을까 /이재무 (1) | 2024.04.06 |
이문재 -해남길, 저녁 /마음의 오지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1) | 2024.03.26 |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이문재 (0) | 2024.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