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꽃
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시집『성에꽃 눈부처』(창작과비평사, 1998)
3월입니다. 이제 곧 모든 꽃들이 서로 다투어 피어나겠지요. 목련이 날아가는 새처럼 귀족 같은 우아한 몸짓으로 피어나면 잎도 나지 않은 생강나무가 산 곳곳에 노란 등불을 켤 것이고 진달래, 진달래가 모다기모다기 우리나라 온 산천을 분홍빛 물을 들일 것입니다.
둘째 아이가 다섯 살 때쯤이었을 겁니다. 밖에서 놀던 아이가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겨우 걸음을 떼놓은 아기 앞에서 자기에게로 오라고 손뼉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이쁜 아기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았더니 아 글쎄 코가 양줄기 폭포처럼 내려와 윗입술 아랫입술을 덮고 있었습니다. 코를 한움큼 먹고 있는 아기가 뭐 이쁘냐고 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기의 더러운 코를 보았고 우리 아이는 뒤뚱거리며 겨우 걷는 아기의 예쁜 걸음마를 본 것입니다.
무슨 꽃이 이쁘고 아름다운가요. 우리는 보통 크고 화려하고 눈에 띄는 꽃들을 이쁘다고 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장미가 그렇고 백합이 그렇고 그 외 무수한 크코 빛깔이 고혹적인 꽃들이 많습니다.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키작은 풀꽃들도 이쁘기 그지 없습니다. 봄맞이꽃도 그렇고 냉이꽃 봄까지꽃 여뀌도 이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박함을 넘어 귀티를 뽐냅니다. 비록 눈에 띄지는 않으나 사철나무꽃, 회화나무꽃 대추나무꽃도 나태주 시인이 읊은 것처럼 플꽃, 작은꽃들은 가까이서 자세히 보아야 앙증맞고 예쁩니다.
그러나 자연의 이 모든 식물꽃들이 아름답고 아무리 이쁘다 해도 사람꽃만큼 이쁠까요. 사람 아기꽃 처녀꽃만큼 이쁠까요. 나비가 잉어가 세상의 모든 보석이 귀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사람꽃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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