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 -좋은 시 문학상 건강 여행 뉴스 신문 기사 글

대체 불가 /정채원

흰구름과 함께 2023. 8. 16. 09:05

대체 불가

 

정채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사자가 20만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20만 가족이

누구는 아들을 잃었고

누구는 아버지를 잃었고

누구는 남편을 잃었고

누구는 연인을 잃었다는 것이다

 

대체 불가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사람을 잃은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어느 쪽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인기 회복을 위해?

 

협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오늘은 또 몇 백 명이 전사할까?

저녁뉴스에 자막으로 흘러갈 뿐인 그 숫자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싸늘한 어깨를 안아보지도 못 한 채

뜬 눈을 감겨주지도 못한 채

세상 모든 곳에서 영영 지워야 하는

 

웃으면 덧니가 보이던 무용수 아들아

세 살배기 딸을 안고 놓지 못하던 아빠야

자원입대 5일 전 결혼한 남편아

잠들 때마다 가슴속 연인을 쓰다듬던 당신아

 

대체 불가

 

20만 개의 우주가 사라진 것이다

살아남은 20, 100, 수억의 우주가 눈물로 꽃을 피운다 해도

다시는 여기서 피워낼 수 없는

 

 

 

―『상상인(2023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