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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자서전 /민지혜

흰구름과 함께 2023. 5. 9. 09:26

<제13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가랑잎 자서전​

 

민진혜

 

등 굽은 지팡이에 몸을 싣는 저물녘

나른한 공원 벤치 낮달 함께 앉은 그대

숨소리 바스락바스락, 뼈가 닳은 노인이다​

 

해를 쫓던 녹음이며 뜨건 비도 쪼개 담아

한껏 부푼 정복의 꿈 흙에 도로 뱉어낸다

바람이 읽는 판결문 무릎 꿇고 들으며​

 

꿈에 기댄 지난날도 돌아보면 아지랑이

보풀 같은 겹을 누벼 나이테에 새겨둔 채

뒤틀린 뿌리에 안겨 별의 안부 건넨다

 

 

―시선집『제13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