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시 읽기

흔들릴 때마다 한 잔 /甘泰俊

흰구름과 함께 2023. 3. 3. 15:30

  흔들릴 때마다 한 잔

 

   甘泰俊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독하게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죽은 참새를 굽고 있다,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수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現代試選集70年代젊은詩人(文學世界史,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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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릴 때마다 한 잔

 

  감태준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수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시집몸 바뀐 사람들.일지사. 1978)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70年代젊은詩人들 현대시선집 이라는 오래된 시집을 들춰보다가 이 시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시가 현대시 100년 기념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한국문학선집'에서 본 기억이 나 둘을 같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오래된 시집의 연도(1981) '한국문학선집'에서 참고로 한 시집(1978)보다 3년 늦다  

 

   전자제품은 나중에 나온 제품이 업그레이드 되어 성능이 향상되기 마련인데 시도 그러한지 모르겠다. 위의 시에서는 2 "흔들릴 때마다 '독하게' 한잔씩", 아래 시에서는 이 '독하게' 가 없다. 연도로 봐서는 '독하게' 를 추가한 것이 되고 위의 시 3 "반쯤 죽은 주모가 '죽은' 참새를 굽고 있다", 아래 시에서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살아 있는' 참새가 '죽은' 참새로 수정이 되어 있다.

 

   뒤 이어 나오는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로' 봐서 사람을 참새로 치환했다면 살아 있는 참새를 굽는 것으로 써도 무방할 듯 한데 '살아 있는' '죽은'으로 싯적인 언어에서 일반 문맥에 맞게 고쳤다. 전자제품은 나중에 업그레이드 되어 나온 제품이 성능이 향상되어 쉽고 쓰기에도 편리하지만 시는 전자제품과 달리 처음의 고양된 감정으로 쓴 시가 독자들의 감정 전달에 공감과 호소를 더 얻는 것 같기도 하다.(2011년 4월 12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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