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위하여
―평택 물류 창고화재로 순직한 3명의 소방관을 기리며
정호순
봉사라는 이름을 섬기며 살았나이다
불이라는 이름을 새기며 살았나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화마로 달려드는 우리는
누군가의 귀하디 귀한 자식이며
누구의 자상한 아버지요
띠앗의 형제이며
퇴근하면 만나는 평범한 이웃이며 친구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저에게 두려움을 없게 해주시고
화구로 뛰어드는 저에게
한치의 망설임이 없도록 용기를 주옵소서
화재현장의 희미한 소리라도 들을 수 있도록
예민한 청각을 주시옵고
어둠 속에서도 톺아볼 수 있는 밝은 눈을 주시옵소서
불길을 잡으려고 화마에 맞서는 저에게
무모함이 아니란 걸 깨닫게 하옵시고
소방관이라는 그 소중한 이름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하냥 톺아보게 하옵소서
―계간『詩하늘 105』(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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