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이문재
초록에 겨워
거품 물까 봐
지쳐 잠들까 봐
때까치며 지빠귀 혹여 알 품지 않을까 봐
뻐꾸기 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가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울음으로 뉘우치는 일
멀리서 울음소리로 알을 품는 일
뻐꾸기 운다
젊은 어머니 기다리다
제가 싼 노란 똥 먹는 어린 세 살
마당은 늘 비어 있고
여름이란 여름은 온통 초록을 향해
눈멀어 있던 날들
광목천에 묶여 있는 연한 세 살
뻐꾸기 울음에 쪼여 귓바퀴가
발갛게 문드러지던 대낮들
그곳 때까치 집, 지빠귀 집
뻐꾸기가 떨어뜨려 놓고 간 아들 하나
알에서 나와 운다
뻐꾸기 운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이가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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