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시집『뿔』(창비, 2002)
-전집『신경림 시전집 2)』(창비, 2007)
-------------------------
그대는 이 세상에 오기 전 무엇을 놓고 왔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아니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갈 때 가지고 가고 싶은 무엇이 있는가요. 예상치도 못한 어떤 일로 저 세상으로 급히 가는 바람에 가지고 가지 못하고 그냥 갔다가 아쉬워하며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할 만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나요?
(2010년 5월 28일 씀)
'나의 글과 사진 >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람쥐의 겨울 창고 /김동호 (0) | 2023.03.03 |
---|---|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0) | 2023.03.03 |
오누이 / 김사인 -형제 /김준태 (0) | 2023.03.03 |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1) | 2023.03.03 |
하늘의 옷감 /W.B. 예이츠 - 진달래꽃 / 김소월 (0) | 2023.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