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과 사진/주민자치회

하마터면 /조우숙

흰구름과 함께 2023. 4. 14. 07:49

 

하마터면 /조우숙

 

 

몇 분을 다투는 지하철 출근길

꼭 타야 할 시각

진입하는 전동차 놓칠세라 허겁지겁

플랫폼 향해 계단 내리달리는데

출구로 올라오는 군중 속

마주친 모모 할배

한 계단 간격을 두고

아뿔싸 우측통행!

불평 소리와 함께 번쩍 크게 올린 팔이

내 코앞에서 차단기처럼 멈춘다

눈앞이 캄캄했다

 

나의 죄목은 진로 방해!

평소 모범 보행자 물거품되고

천둥 번개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의 벌점 왕창 받았다

 

간밤 기분 좋게 꾸었던 꿈

말짱 개꿈이었나 보다

하마터면 지하철까지 놓칠 뻔했다

 

 

―계간『詩하늘 106』(2022년 여름호)